서울에 검사하고 왔음

소장 조영술 검사를 하기 위해 어제 서울로 올라가 오늘 내려왔다.
이 소장 조영술 검사를 처음 접했던 건
작년, 아니 재작년에 병원에 입원하면서였다.
그때는 한참 소장 상태가 안 좋을 때였고,
대장내시경, 위내시경으로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해내지 못한 상태,
그리고 초음파검사를 통해 복수가 매우 더러워지고 이물질이 떠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였다.
약 2주간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한 상태로 있다가 이 검사로 내 병명을 알게 됐었는데,
사실 검사 받으면서 내 심리상태는 별로 기억나지 않지만 딱 하나 기억에 남는 존재가
바로 조영술 검사를 위해서 먹어야하는 조영제이다.
얼핏 겔포스인 듯한 모습에 흰색 포스터칼라를 풀에 섞은 듯한 모습과 식감을 가지고 있다.
그때는 자판기에서 쓰는 종이컵 사이즈에 딱 4컵 분량을 먹었고 그 맛은 솔직히 기억나지 않았다.
말했다시피 2주간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해서
뭐든 입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 얼씨구나 하고 넘길 기세였었고,
솔직히 상태가 영 안 좋았어서 뭔 맛인지도 몰랐던 거 같다.
코를 막고 4컵 분량의 그 허옇고 걸쭉한 액체를 삼키는데,
분명히 그때 검사보조사께서 "자, 딸기맛 나는 액체에요. 쭉- 들이키시면 됩니다. 쭉-쭉-" 이랬었다.
그래서 난 뭔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딸기맛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평균 2시간에서 4시간이 걸린다는 이 검사는 조영제가 소장에 그득하니 찰 때까지 걸리는 검사인데,
그때는 7시간 반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소장 조영술 검사에 있어서는 최장시간기록환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위의 기억과 많이 차이나는 상황을 겪었다.
우선 시간은 1시간 반으로 모르긴 몰라도 조영술담당자와 검사보조사들이 깜짝 놀라 소리지르는 걸 들었었고,
(너무 빨리 내려가서 놀란듯 했다, 중간중간 확인차 X-ray를 찍음. 장길이70cm차이가 6시간의 차이인가여;;)
조영제를 담는 컵은 패스트푸드점의 콜라컵 사이즈로 변해있었다.
내가 마셔야만 했던 양은 우선 2컵 원샷을 시작으로 20분에 한번씩 3잔을 더 들이켜야 했고(강조하지만 콜라컵 사이즈),
거기다 서비스로 조영제를 아래로 꾹꾹 눌러줄 가스를 생성하는 가루약 두 봉지를 먹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차이나는 점은,
아니 예전에 정확히 느끼지 못했으므로 차이가 난다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을진 몰라도
그 조영제는 절대로, 절.대. 딸기맛이 아니었다.
망할... 아무리 제정신 아닌 상태인 환자라고 해도 구라를 치다니...
그게 어디가 어떻게 딸기맛이야!!
심지어 딸기 비슷한 맛도 아니었음.
딸기 우유 근처도 가지 못함.
솔직히 겔포스는 그 걸쭉함 속에 감춰진 어딘가 모르게,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 은근한 시원함이라도 선사하지만
이건 그냥 무맛, 無맛임. 시원함 이딴 거 없음. 자일리톨 함유 혹은 멘톨향 첨가 이딴 거 없음.
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 無맛에 걸쭉한 식감에 엄청난 양이 내 속을 거북하게 만들었다... 흑
차라리 싸이에 신동훈씨가 시도하던 요쿠르트 30개 동시에 먹기에 도전하겠음.
양으로는 뒤지지 않으리라 생각되는데-_-
아니, 내가 딸기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게 딸기맛이 아니었대도 실망은 안 했을테지만
왜 거짓말을 하냐구요 이사람아!!
양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분노가 당신에게로 향하잖아!!!!!!-_-
새삼 생각난 거지만 정말 양이 너무 많았다... 크흡

그래도 이번에 좋았던 점은
조영제를 삼킨 중간중간 누워있던 침대가 너무 따땃했다는 점.
아니, 장판을 깐 것도 아니두만 병원 침대에 뭔짓을 한게야;ㅁ; 알럽♡
집에도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아흥.
그리고 베개도 모로 눕는데 적당한 높이였다.
오른쪽 어깨를 땅에 붙인 자세로 모로 누우면 속엣것이 더 빨리 내려간다나 뭐라나...
여하간 빤스말고는 환자복 한겹이 다여서 추울뻔 했는데 완전 안방마냥 즐기다 왔다.
그리고 옆 침대에 누워있던 어여쁜 처자 얼굴구경도 했고 흐흐흐흐흐흐
환자복 보니까 입원환자같았는데(무늬가 많이 다름) 가냘픈 몸매가 아흥-ㅂ-
난 솔직히 뼈대가 있는 편이라 아무리 살이 빠졌대도 가냘픈 느낌은 절대!네버!나지 않는데
이 처자는 가냘픔 그 자체였음. 건강이 안 좋다는 건 참 안타깝지만 예뻤음.
쾌유를 빕니다;ㅁ; 건강해지면 천만배 더 예쁠 것 같아요;ㅁ;

그나저나 서울에 잘 곳이 없어서 어제 올라가 병원 근처 찜질방에서 목욕하고 잤는데,
찜질방 너무 좋았다.
검사때문에 금식만 아니었으면 엄마랑 식혜랑 삶은 계란도 먹고 오는 건데;ㅁ;
하기사... 검사 아니었으면 찜질방에 갈 일이 없었겠구나.
에이... 다음에 삼천포에 있는 찜질방에 놀러가자고 해야지. 흐흐흐흐

다음주에 피검사, 정기검진과 동시에 검사결과를 알게 되는데
뭐, 절대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함. 배에 통증도 없고, 화장실 출입횟수도 줄었고, 소화능력도 괜찮은 듯하므로.
스트레스 받지 말라니까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며 쉬엄쉬엄 즐거이 살아야지.

근데 내 방 형광등불은 언제 들어오나요 아부지이이이이...;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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